청계천·을지로 산업 생태계 특징은 크게 여섯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청계천·을지로에서는 근거리에서 부자재 및 공구 구입이 가능하고, 이와 동시에 청계천·을지로에서 만들어진 물품들을 유통할 수 있는 구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속하고 저렴한 제조가 가능하다.
두 번째는 수리업이다. 청계천 지역에서 유통, 제조, 수리를 겸업하는 점포가 2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은 각종 의료기기, 화학공학 실험기기, 카메라, 인쇄기기, 미싱기기, 금속 세공 기기를 수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만약 이들이 사라진다면 도심산업에 차질이 생길 뿐만 아니라 각종 대학과 연구소의 연구 역량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세 번째는 노동자의 숙련도이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인들이 청계천에서 일한 경력이 평균 33년으로 나타났다. 이런 정도의 숙련노동자가 1만 명 이상이 집적되어 있는 장소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상인들이 고령화됐으니 공장을 그만둘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이가 든 만큼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숙련 노동을 어떻게 전수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넷째, 긴밀한 협력체계이다. 청계천·을지로 산업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특이한 부분은 바로 협력이다. 청계천·을지로에는 다양한 기술을 가진 노동자들이 있으며, 같은 기계를 써도 특화된 기술이 다르다. 노동자들은 서로 의논하면서 작업하며, 주변 상인들에게 일을 나눠주는 중간 매니저 역할도 수행한다. 이러한 수평적 협력 관계는 대기업 중심의 상하 구조로 창의력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사례로 집중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장웅성, 2017).
다섯 번째, 다양한 기술을 보유한 공장과 부자재 유통이 한 지역에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빠르게 생산이 가능하고 저렴하게 제조할 수 있다.
여섯 번째, 청계천과 을지로에서는 대형 공장과 다르게 단 한 개의 기계나 제품도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다. 점포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오히려 맞춤 생산이 가능하다. 의료기계나 각종 생화학·공학 실험기계, 예술가들의 창작품은 보통 한두 개 혹은 100개 미만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큰 공장에서는 최소 주문수량을 1만 개 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해야하는 전문업에게는 청계천·을지로의 제조업 플랫폼이 필수적이다. 또한 장인들이 권위적이지 않고 새로운 것에 열려 있어 고객의 의중대로 유연한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청계천의 도시조직과 형태이다. 청계천·을지로는 제조업 클러스터인 동시에, 조선시대 후기 골목 구조가 가장 잘 남아있는 곳이다. 다양한 모양의 필지와 골목은 공업사들과 공구상들이 서로 필요한 것들을 주고 받는 커다란 하나의 제조업 플랫폼이다. 특히 청계천·을지로 골목의 기능이 가든파이브와 같은 아파트형 공장과 가장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다. 청계천·을지로에서 골목은 유통로이자, 상인들간의 만남의 장소이자 동시에 작업공간이다.
가게는 협소하지만 골목을 이용해서 가게 폭보다 넓은 크기의 물건도 만들 수 있으며, 크고 무거운 부자재도 가게 바로 앞에서 하루에 몇 번이나 싣고 내릴 수 있는 유통의 혈관으로 작용한다. 서울시가 마련하는 대안에 청계천·을지로 골목에 대한 이러한 특수성과 지리적 특징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면 과거 재개발 대책이었던 ‘장지동 가든파이브’ 사례처럼 실패할 수밖에 없다.
* 지도 요소를 확대/축소 하고 싶으시면 위 버튼을 눌러 지도 조작을 활성화시켜 주세요.
조사한 을지로 일대 업체들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이다. 청계천-을지로 전역에는 약 1만여개의 점포와 공장이 있고, 특히 세운3구역, 5구역, 수표지역에만 천육백 여개의 업체가 있다.
산업 생태계 네트워크 (청계천-을지로)조사한 업체들의 거래업체 데이터를 시각화한 지도이다. 해당 업체를 클릭하면 간단한 업체정보와 거래하고 있는 업체를 볼 수 있다. 제조업체간의 연결, 유통업체간의 연결 뿐만 아니라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연결도 상당히 많다.
* 일부 업체정보와 위치가 틀린 경우가 있으나 지속적으로 보완 예정임.
산업 생태계 네트워크 (전국)청계천-을지로의 업체들은 서울 및 수도권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와 거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 자본 Social Capital
“청계천 을지로는 하나의 커다란 집단 지성이다. 이들은 평소에 어려운 작업에 대해 서로 물어보고 함께 해결하며 서로 일감을 나눠준다. 실제로 공업사들과 유통상사들의 거래 내역 절반 정도는 청계천-을지로 내부에서 이뤄진다. 이는 다른 공업지역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공동작업 방식이다.”
이들의 사회적 관계망은 공동작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밥먹고 차 마시기, 공식적 비공식적 행사 함께하기, 스포츠 동호회 함께 하기, 산업용재협회 활동하기, 재개발 반대 운동 참여 등을 통해 복잡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사회적 자본은 호혜성을 기반으로하는 동시에 다른 지역에 비해 까다로운 작업을 빠르고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Robert Putnam)은 이러한 사회적 자본을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과 협동을 촉진하는 신뢰, 규범이며, 네트워크와 같은 사회의 조직적 특성”이라고 정의한다. 사회적 자본은 신뢰, 사회적 규범, 지역 네트워크, 자발적 참여와 같은 형태로 가시화된다.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상공업은 고숙련된 기술 공정 간 서로 연계하는 협업적 생산 방식을 통해 발전해 왔다. 이는 한정된 조건 속에서 다양한 제품 주문에 대응하면서 축적된 숙련기술과, 자신만의 기술 특수성을 개발하여 오랜 기간 동안 거래하면서 형성된 생산 체계다. 자원 조달과 정보 접근이 편리한 도심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은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의 생산 네트워크가 외부의 다양한 거래업체들 혹은 이용자들과 활발하게 연결되고 확장될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 중에 하나다. “청계천에 오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말은 실체가 없는 철 지난 소문이 아니라, 바로 이와 같은 특징을 기반으로 제조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청계천의 생산 방식에 근거한 이야기다.
이들은 보통 10-20대에 청계천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하여 30년 이상을 함께해 온 친구이자 동료이다. 이들은 공식적 업무를 함께 보는 것을 너머 함께 축구동호회, 산악회 등을 함께 하기도 하고 동년배 모임을 하기도 한다. 사회적 자본은 결속형, 수직형, 브릿지형으로도 나누는데, 이들의 사회적 자본은 결속형인 동시에 여러 장소를 이어주는 브릿지형으로도 볼 수 있다. 여러 층위의 사회적자본은 이 장소의 경쟁력이자, 청계천-을지로 생산방식을 설명하는 중요한 정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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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도는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필지와 도로들을 보여준다. 주로 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너비의 길들만이 표시되어 있고 법적으로 명칭이 부여되어 있다.
입정동의 속골목하지만 청계천-을지로의 블럭 안을 들어가보면 이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은 많은 길을 만나게 된다. 이 길들은 차량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비좁기도 하고 사유지 안으로 나있어서 따로 길의 명칭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길들은 대다수의 상인들이 일을 하면서 더 활발하게 이용하는 길이다. 이들은 필요에 따라 창고 혹은 작업장으로 쓴다. 이러한 골목길은 사회적 자본을 가시화 하는 물리적 요소로서 작용하며, 실제로 많은 비공식적 네트워크가 생기게 하는 기반이 된다.
* 파란 속골목을 클릭하면 360도 카메라 촬영된 골목을 볼 수 있다.
비공식 조직 네트워크: 청계축구동우회1994년 시작된 조직으로 현재 약 40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달 1회의 축구모임과 계절별로 야유회를 간다. 입정동에서 가장 규모있는 조직답게 정관도 있고 매년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회원명부에는 신체치수(키, 발사이즈 등)까지 기입되어 있는 점이 재밌다.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대진정밀 사장님의 가게 입구에는 조직명패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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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 네트워크: 산림동상공인연합회세운 5-1/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인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상반기에 해당 구역 내 기술자 및 상인들로 조직되었다. 매주 회의를 운영하며, 재개발반대 집회와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때때로 단합을 위해 동네잔치를 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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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청계천-을지로 내에는 조직이라고 칭하기 애매한 규모의 비공식적인 모임과 행사가 많다. 이러한 관계는 영업적인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오랜 세월 같이 작업하며 생긴 친밀감을 기반으로 형성되기도 한다.
다양한 비공식적 조직과 행사를 좌측 상단 메뉴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예술가들의 청계천-을지로 이용 패턴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회적 자본은 예술가들의 청계천-을지로 이용 패턴이다. 현재 지도는 예술가들이 작품 제작을 위해 거래하는 업체들과 이동경로를 표시한 것이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청계천-을지로에서 무엇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 주로 학부시절에 지인의 소개로 와서 과제물을 제작한다. 재료를 구매하고 기술자들에게 작업을 의뢰하는 것 외에도 이 곳에서 지역상공인과 교류하고 재료나 기술노하우에 대해 학습한다. 또한, 지역의 경관 및 분위기를 체험하고 작업의 영감을 받기도 한다.
좌측 상단 메뉴를 통해 개별 예술가들의 이용업체 패턴을 이동 경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 본 시각화 작업은 이용업체 데이터를 최단경로로 표시한 것으로 실제 예술가의 이동경로와 다를 수 있음.
다방에서 본 사회적 자본
* 을지로 백합다방 주방의 모습
을지로의 다방 이야기
지역에서 함께 산 오랜 세월
광신공업사 사장님은 L사장님(T다방 대표)이 입사한 무렵의, 전성기 시절을 기억한다.
“L사장님이 T다방 입사할 때만 해도 직원이 5명이었을 거야. ‘코끼리가 웃는다’ 팀이 놀러오기도 했던 게 기억나. T다방은 직원이 9명 정도였을 정도로 규모가 컸었어. 테이블도 꽤 많았고.”
광신공업사 이영건
다방 사장님들의 배달 보자기.
하지만, 2018-2019년, M다방과 T다방은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시행사가 제공한 컨테이너 박스로 이주하게 되었다.
“계속 같이 있게 되니까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는 거지. 다 같이 늙어가.”
광신공업사 이영건
그럼에도 다방사장님들과의 인연을 놓을 수 없다. 다방사장님들의 단골 업체들이 있기에, 다방 사장님들도 이곳을 져버리고 떠날 수 없다.
그럼에도 정밀업체 사장님들은 다방사장님들과의 인연을 놓을 수 없다. 다방 사장님들도 단골 업체들이 있기에, 이곳을 져버리고 떠날 수 없다.
세월은 그냥 흐르지 않는다. 한 세월을 함께하며 이 지역의 사장님들은 서로가 가족보다 더 친하고 동네 사정도 잘 아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끈끈한 사람들이 재개발 사업 때문에 점점 떠나기 시작하자, M다방 사장님에게는 ‘사람을 못 본다는 게 엄청난 후유증’ 이 되었다.
“(거래처는 물론 이웃) 사람들이 사람들 하나둘 없어지니까 엄청 휑하고 허전하고 그래. (...) 세월이라는 게 돈으로 살 수 없잖아. 그 많은 세월 동안 다른 (...) 좋으신 분들도 엄청 많았었지.”
L사장님
섬세한 관찰자, 청자, 이 지역을 가장 잘 아는 동료
다방 사장님들은 이 지역의 오랜 관찰자이자 참여자다. 정밀업체 사장님들 마다 가진 작업 공정의 특성과 작업 공간의 개성을 잘 안다.
L사장님은 신한정밀 사장님이 ‘이렇게 정리 정돈 잘 해놓은 사람 별로 없을 정도’로 이 지역에서 정리정돈이라면 으뜸가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다.
다방 사장님들은 상대방이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살필 정도로 섬세한 분들이다. 주문받아 작업장에 도착해 차를 만들 때도 사장님들이 어떤 상황인지를 살피며 배려한다. 일례로, 프레스 기계는 가능한 한 많은 개수를 찍어내야 하기 때문에 '시간 싸움'이다. 그 공정을 잘 알고 있는 T다방 사장님은, 말을 걸면 혹시라도 사고가 날 까봐 알아서 대화를 절제하는 편이다.
“일할 때는 모른 척 있다가 할 일 하고 나와. 여긴 다 그래. (...) 괜히 조심하지 않으면 상처생길 수 있고 위험하잖아. 여기 기계 다 위험하더라고 보니까.”
L사장님
상대방의 마음도 보인다. 속이 어떤지, 요즘 기분이 어떤지를 다 안다. 워낙 단골로 오래 지내다보니 단골을 넘어서 친구가 된 덕분이다.
“그냥 가서 얼굴 보고 얘기하면 그 사람 오늘 기분이 안 좋은 거 같으면 거기서 수다 떨 필요가 없잖아. 그렇게 다 알잖아 서로가. 오래 있다 보니까. 매일 보던 사람들. 여기 사람들은 거의 다 단골이잖아. 단골들은 거의 다 친해. 대부분 다 알어. 그 사람들의 성품, 요즘 또 기분이 어떤지, 일은 좀 있는지 없는지(웃음). 너무 잘 알지 우리가..”
L사장님
M다방 사장님은 청계천이 동료 업체 사장님들에게 선뜻 공구를 빌려줄 만큼 인정 가득한 지역이란 걸 안다. 지역 안을 오가며 정밀·공구 업체 사장님들의 대화를 보고 들으며 알게 된 것들이다.
“공장 사람들 보면 공구들이 다 비싸. 그래서 갑자기 공구가 망가지면,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이 주변 사람들한테 빌려달라고 할 수 있잖아? 그러면 빌려주고. 그런데 생판 모른 다른 데 가서 '공구 망가져서 잠깐만 빌려주세요'라는 말이 선뜻 나오겠어? 안 나오는 거지.”
M다방 사장님
서로를 살피고 위하는 상부상조
다방 사장님들이 지역에 제공하는 것은 비단 커피나 차뿐만이 아니다. 무더위로 지치기 쉬운 여름엔 아침마다 식수용 얼음물을 배달한다. 정밀업체 사장님들이 출근도 하기 전, 골목에는 다방 사장님들이 작업장 앞에 두고 간 얼음물통을 볼 수 있다. 일례로 S다방의 경우 약 30군데를 배달하며 얼음물 또한 단골 업체에 주로 배달을 한다고 한다. 또한 업체마다 선호하는 물의 종류가 달라 보리차를 배달해주기도 한다.
얼음물뿐 아니라 수건, 작업복 등도 세탁해 제공한다. 냉장고나 빨래할 수 있는 다용도실이 없는 정밀업체 작업장의 환경을 다방사장님들이 보완해주고 있는 셈이다.
S다방 사장님의 식수 배달길
07:30 AM
* S다방의 경우는 식수통이 놓여져있는 업체정보를 토대로 최단길을 이어그렸으므로 실제 배달경로와 다를 수 있음.
이러한 관계에 대한 해석은 다방 사장님들마다 차이를 보였다. 거래를 유지하기 위한 서비스 제공에 지나지 않다는 견해를 밝힌 분도 있었지만, 이에 더해 '상부상조'의 미덕으로 해석하고 수행하는 분도 있었다. 후자는 정밀업체 사장님들과의 관계를 교우하는 동료 관계로 바라보기에 가능한 관점이었다. M다방 사장님의 경우, 한 정밀업체 사장님의 작업복을 세탁하는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장님들이 돈이 없으니까, 한푼이라도 아낀다는데 어떻게 해. 이렇게 하면 나한테도 커피로 갚아. 꼭 그게 아니더라도, (사장님들 사정 때문에) 안 할 수가 없어.”
M다방 사장님
정밀업체 사장님의 영세한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한다. 다방 사장님들과 서로의 영세한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건 정밀업체 사장님들도 마찬가지다. 일대의 정밀업체에서는 9시 출근 시각에 모닝커피를 주문해 먹는다. 한 정밀업체 사장님에 따르면, 9시 모닝커피도 다방 사장님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의도가 있었다. 어떤 정밀업체에서는 특정 다방만 애용하지 않고, 지역의 다방을 두루두루 애용한다. 한 집도 부족하지 않게 고루고루 건사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지금 반 이상 다 나갔어, 내 거래처가. 그러니까 지금 장사가 옛날보다 반도 뭐 되나마나 할 걸. 장사가 잘 안 돼. 그래도 나머지 있는 사람들이 되게 잘 해주니까. 많이 시켜주려고 애써. (...) 그런데 여기 어떻게 보면 진짜, 되게 이상한 게 자기 거래처를 다 엄청 도와주려고 애써.”
T다방 사장님
L사장님은 주변 정밀업체 사장님들과 점심 식사를 같이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식당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타임다방의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한다. 정밀업체 사장님들은 그의 업무 시간에 맞추어 점심 시간을 정했다.
“(다방 사장님들은) 거의 다 혼자서 먹어. 솔직히, 또 시간이 안 맞잖아. 그래서 우리는 일찍 밥 먹어. 나 때문에. 11시 반에 먹어. 같이. 여기는 12시 되어야 먹거든. 근데 우리는, 내가 배달 들어오면 또 가야 되니까.”
L사장님
서로를 살피고 위하는 상부상조의 관계는 집안 경사를 챙기는 문화에서도 볼 수 있다. 2020년 S다방 사장님의 따님 결혼식에 입정동의 100여개 정밀업체 사장님들이 축의금을 보탠 것이나, L 사장님의 자녀 결혼식 또한, 정밀업체 사장님들의 축하를 받았다.
“결혼하면 우리 서로가 다 부조하고 또 가서 축하해주고 하지. 다 그래. 우리 딸이 결혼할 때도 다 왔어. (...) 그래서 또 같이 밥 한끼 먹고 그래.”
데이터 출처 져스트프로젝트(2018), 『청년 생산활동 촉진을 위한 산업생태계 현장연구』, 청년허브.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2019), 청계천 산업생태계 조사, 미발표자료.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2020),『예술작품 제작 과정에서 을지로 기술생태계 이용 방식에 대한 연구』, 중구문화재단.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2020), 「세운재개발, 무너지는 도시생태」기획연재 시리즈, 오마이뉴스. 구가도시건축(2020), 청계천 일대 속골목 지도, 미발표자료.
서울시 2020 지속가능한 도시전환랩 실험 프로젝트 <청계천 일대 에코팩토리 리빙랩>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